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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프롤로그(Leviathan 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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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uote           나는 보았다.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밑바닥까지 추락하는 그 모습(katabasis)을                                                                                정신골자(精神骨子)를                                                        그 피의 이음매들을                             갑작스런 단절과 성장           정류(正流)와 역류(逆流)               나는 그 모든 걸 보았다.           그럼 시작해 보지. 프롤로그(Prologue) 파멸을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마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절망만이 남는 마지막 순간,  사람들은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극심한 공포가 이들의 오감을 지배하면,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하리라 믿었던 끈끈한 관계마저 잔혹하게 끊어진다. 어머니건, 아버지건, 아들이건, 딸이건 그런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최후의 시간 인간은 그저 짐승에 불과하다. 두려움과 흥분으로 전율하며 비명을 지르는 짐승. 공허한 어둠 속에서 발버둥치는 짐승. 살기 위해 발악하는 짐승. 스하으로(Tharro)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저 괴물들이 인간 목소리를 알아 듣기라도 한다는 듯이 자비를 구하며 몸부림쳤다. 마치 놈들이 인간에게 연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제발!" 스하으로(Tharro)는 제풀에 방바닥에 떨어져 구르면서 놀라 숨을 헐떡였다. 퍼뜩 정신이 든 그는 주변을 슬쩍 돌아보았다. 여기는 그의 집 침실이었고, 아직 한밤중이었다. 마누라인 발라시아(Valacia)는 그가 방금 떨어진 침대 위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여기엔 날개 달린 괴수도 없었고, 무시무시한 형상의 괴물도 없었으며, 사람들의 비명도 없었다. 전부 사실이 아니었다. 스하으로(Tharro)는 갑자기 몰려든 안도감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꿈

최근 인기라는 네크론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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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asedBinkie님 작품 네크론도 귀엽네요. …할뻔 했습니다. 출처 :  https://twitter.com/basedbinkie TAG : Nickelback

[범죄] 혈통 (Bloodlin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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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에서 이어집니다. 제 2장 아우구스토 지다로프(Agusto Zidarov)는 몸을 최대한 낮춘 채로, 애용하는 권총인 쓰자으리나(Tzarina) 자동 권총을 뽑아들고, 금속으로된 비계 통로들 사이를 엉금엉금 기다시피하며 지나갔다. 방탄 조끼 아래는 땀으로 푹 쩔어있었다. 이곳은 너무 더운데다가, 심지어 어둡기까지 했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봐도 모든 면에서 볼때, 그는 정말로 이곳에 오기 싫었다. "지금 어디야?" 그는 무전기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브레히트(Brecht)는 답변하는 것도 오래 걸렸다. "지원을 가고 있어.  앞으로 십 분." 그건 너무 늦었다. 지다로프(Zidarov)는 눈을 깜박여서  인공 홍채에 삽입된 시각 필터를 작동시켰다. 주변 시야가 필터에 따라 단속적으로 변하면서, 한 치 앞도 모르겠는 칠흙 같은 어둠에서, 그나마 볼 수 있는 어둠으로 바뀌었다. 지금 그가 서 있는 비계 통로는  서서히 위를 향해 또아리를 트는 뱀처럼  거대한 기계 주위를 돌며 위로 오르는 형태였다. 그는 자신의 발밑에서  동력로 단자의 열 교환기가  열심히 일하면서 내뿜는 열기를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주변 여과 장치들은 과열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지지대와 무수하게 얽힌 파이프들 사이로 계속 올라가자, 기름 냄새가 섞인 녹슨 금속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주변은 다양한 파이프와 의미 불명의 처리 장비,  얇고 굵은 전선들, 용도를 알 수 없는 밸브들,  그리고 여러 지지대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는 숨을 곳이 너무나 많았고, 너무나 많은 곳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갑자기 터져나오는 증기가 그의 몸과 얼굴을 때렸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열기가 그의 눈에서 눈물을 짜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권총을 다시 거머쥐었다. 어둠과 증기, 그리고 열기 속에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기기 위해 그는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고 천천히 나아갔다. "난 아무래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지다로

[범죄] 혈통 (Bloodlin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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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장 아래,  더 아래, 교통시설이 더 이상 날아다니지 않는 곳 아래, 높다란 고가 도로들 아래, 차량들이 통과하는 환승 통로 지지대들 아래, 흐릿한 조명이 위태롭게 매달려 깜박이는 어둑한 그곳 아래, 두터운 방범 유리창 표면 위로 응결된 수증기가 덮힌 그곳 아래… 그곳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몇몇은 토파즈(Topaz)가 주는 고양감에 휩싸여 있었고, 몇몇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들 모두가 극도의 도취감과 희열에 취해 있었다. 그녀는 그걸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이  거친 경석콘크리트(Rockcrete)로 벽에 긁혀 상처를 입도록 놔두었다. 그건, 축축한 밤의 심장 위를 어루만질 때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 어둠 속으로 스며들며 빛나고 있는  회원제 클럽의 현관문이 들어왔다. 그곳은 네온 빛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차량 엔진들이 내뿜는  으르렁대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축축한 아스팔트 위를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들의  거친 비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들이마셨다. 토파즈(Topaz). 그건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그녀는 아찔한 고양감 속에서 극한의 자유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이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친구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그녀를 바라보며 친근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싸구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들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광화학반응을 하는 색소들처럼  선홍색이었다가, 하얀색으로, 다시 검은색으로 색이 계속 변하면서 타올랐다. 치안소(Sanctioned) 짭새굴(Haze Den)의 열린 문틈 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와 그녀를 그 안으로 끌고 들어갈 것처럼 위협했다. <역자 주: 치안소 짭새굴은 치안청(Ministorum Sanctioned)이  치안 유지와 일선 업무 처리를 위해 관할 소재지 요소에 설치한  치안행정 기관을 지칭하는 은어입니다.> 그녀는 음악의 열기와 소음에 질식할